집게 손가락 금지구역, 혐오세력에 놀아나는 게임업계를 규탄한다. 정치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손 모양’이 아니라 구조적 성차별이다. | |
여성의당
2023-12-06 16:59:36
조회 1555
|
댓글 0
URL 복사
|
<집게 손가락 금지구역, 혐오세력에 놀아나는 게임업계를 규탄한다. 정치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손 모양’이 아니라 구조적 성차별이다.> 11월 23일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상 속 캐릭터의 손 모양을 두고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손 모양이 남성혐오임을 주장함과 더불어 담당 작가가 ‘넥슨 몰래 고의로 손 모양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넥슨은 캐릭터의 손 모양을 ‘남성혐오’로 규정한 뒤 하청 업체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이에 힘 입어 일부 게임 이용자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업체 및 스태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는 담당 작가를 찾겠다며 하청 업체 사무실에 침입을 시도하는 등의 위협을 가하거나 다른 직원들의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해 유포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담당 작가의 실명과 사진이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해당 작가는 현재도 심각한 사이버불링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손동작이 그려진 콘티를 제작한 사람은 ‘페미'라며 사상을 검열당한 여성작가가 아닌, 40대 남성 애니메이터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이어 담당 남성 애니메이터를 비롯해 업계 종사자들은 콘티를 한명의 담당자가 단독으로 제작을 완료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 업체를 비롯해 원청사인 넥슨의 검수를 수차례에 걸쳐 받는 작업 과정임을 강조하였고, 언론은 논란이 된 콘티 또한 넥슨이 8차례 이상의 검수를 마친 것으로 파악했다. 남성 애니메이터가 20명 가까운 기획자들의 수차례 이상의 검수를 피해 ‘음침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억울함을 토로하자 담당 작가를 비난하던 이들은 침묵 속에 사라졌다. 국내 게임사에서 벌어진 여성 노동자에 대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넥슨의 성우가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에 넥슨은 매번 페미니즘 마녀사냥에 빠르게 동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도급, 간접고용 등의 방식으로 여성인력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업무상의 위계를 이용하여 여성 노동자 검열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온 것이다. 우리가 이 사태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은 게임 캐릭터의 ‘손 모양’이 아니다. 넥슨을 비롯하여 게임업계에서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그것이 어떤 차별과 폭력을 야기하며 나아가 어떻게 여성의 생존을 위협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업계 내 여성들이 “SNS도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남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게임 업계 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검열과 압박의 심각성과 그로 인해 개인의 삶이 위협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게임사에서 간접고용, 프리랜서 등의 형태로 노동을 제공하는 여성들은 더욱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결국 본 사태는 여성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구조적 성차별로 인해 직장 내에서 저임금, 불안전 노동, 위계 폭력 등에 노출됨과 동시에, 외부적으로 남성 이용자들의 마녀사냥과 검열로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환경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비롯된 허구의 남성 혐오 주장의 진위를 가르는 동안 수백, 수천 명의 여성들은 현실에서 일자리를 잃고 온오프라인 폭력의 대상이 되는 등 실제적인 생존권을 위협당해 왔던 것이다.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여성 혐오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정작 악성 사용자들에게 동조하는 정치권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넥슨의 집게손가락 논란이 일자 일부 국회의원은 이것이 ‘의도적 남성 혐오’라는 악성 사용자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해당 캐릭터는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해당 국회의원들은 발언을 정정하지 않고 게임 업계 내의 여성 혐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한 의원은 “소비자, 구매자의 관계에 있어서 구매자들이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라고 밝히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페미니즘 사상 검증은 온라인 소비자 운동의 탈을 쓴 악성 사용자의 집단 괴롭힘에 불과하다. 정치권이 반페미니즘 정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안 실존하는 성차별과 성폭력 피해자의 존재, 구조적 성차별의 실태는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여성의당은 이번 사태의 피해자를 비롯하여 지금 이순간에도 성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연대하며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넥슨은 이번 손가락 사태로 혐오를 부추긴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게임사 내에 이뤄지는 성차별적 사상검증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2023년 12월 06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