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스토킹 피해자의 절망은 매번 반복되는 억겁의 무게와 현실로 찾아온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여성들의 일상세계를 철저히 무너뜨리는 동시에 그들을 타깃으로 폭력과 살인이 이어지는 강력범죄의 명백한 전조이다. 수많은 스토킹 범죄사건은 여전히 과거에도, 오늘에도 지속되며 무고한 여성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2018년 서울 강서구에서 가정폭력 가해자가 이혼한 아내를 스토킹하다 주차장에서 살해했고, 2019년 분당에서는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스토킹하다 불질러 살해했다. 또한 2020년 창원에서 한 남성이 식당 사장인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했다. 그런데도 폭력과 살인의 예고장과 같은 스토킹 범죄는 아직 제대로 된 법의 심판대에서 엄정히 다루어진 적이 없다.
스토킹 범죄는 2018년 2,772건에서 2019년 5,486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상반기에만 발생한 스토킹 범죄는 하루 13건에 이르지만, 실제 처벌은 10%도 되지 않는다.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벌금 10만 원 이하의 가벼운 경범죄로 취급되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 여성들이 살고 있다. 현재 스토킹 범죄의 처벌 근거는 2013년 경범죄 처벌법에 신설된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게임방송을 하는 여성 게이머를, 남성 2인이 살인을 목적으로 게이머의 정보를 추적하고 스토킹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그들은 살인 미수가 아닌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에 곧장 풀려났다. 이처럼 강력범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스토킹을 중단시킬 법적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여성의 일상을 파괴하는 스토킹 범죄를 남성중심적 시각으로 가해자에게 안온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행태를 규탄한다. 더 이상 스토킹피해 여성의 상해와 죽음으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증명하게 하지 말라.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9년부터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이 14차례나 발의되었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된 적이 없다. 일상이 파괴된 피해자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여성국민의 안전과 생명에는 전혀 관심 없는 국회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많은 피해자가 매순간 위협받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국회는 스토킹범죄 처벌법을 만들지 않았다. 이는 여성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철저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대한민국 국회의 조직적인 무시이다. 국회는 이를 통렬히 반성하고 스토킹 범죄의 강력 처벌을 입법으로 완수해야한다.
현재 국회에는 6건의 스토킹 처벌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스토킹을 중범죄로 분류해 양형을 강화하고, 온라인 스토킹 처벌과 접근금지에 관한 조항을 추가하여 피해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 또한 스토킹 범죄에 있어 경찰의 초동 대응 강화를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강력한 스토킹범죄 처벌을 입법으로 완수하라!
여성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10대 공약 중 하나로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약속했다. 그리고 여성의당 경남도당은 지난 5월 창원에서 발생한 40대 남성의 식당 여사장 살해 사건을 페미사이드로 규정하고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을 위한 시위를 전개했다. 앞으로도 여성의당은 21대 국회에서 강력한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