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8일과 19일, 고등군사법원(2심)은 부하 군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해군 남성 간부 박00 소령과 김00 대령(당시 중령)에게 원심의 판결을 뒤집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가 속한 특수한 복무 환경과 권위적인 군대 조직의 특성을 철저히 외면하였기 때문에 이뤄진 판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하였는데, 이는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는 2차 가해이자, 가해자의 입장 및 진술만을 근거로 하는 편향적인 판단에 해당한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25일 선고한 2018도7709 판결문에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중략)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라고 명시했다. 본 위원회는 위와 같은 관점으로 2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가해자 중심의 인식에서 비롯된 ‘2차 가해 판결’로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한다.
피해자는 자신이 성소수자이며 따라서 가해자와 연인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피해자의 사정 또한 판결에서 배제하였다. 반면 피해자와 '연인 관계'라는 근거 없는 가해자의 주장은 인정되었다. 본 위원회는 이러한 성소수자성을 배제하는 성소수자 혐오 판결을 규탄한다.
2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로부터 벌써 2년이 경과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지체되는 동안 군대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오명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판결의 폐해가 더는 지속될 수 없도록 대법원의 조속한 원심 파기 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잘못된 2심 판결을 바로잡아야만 동등한 군 복무가 가능한 군대라는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위계와 여성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하여 성폭력을 자행한 박00 소령과 김00 대령의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다. 군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품위를 저버린 가해자들은 군에서 영원히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