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폭력 피해 사실 알리고 벌금 300만 원? 보복성 고소 남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성범죄 피해자가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마주하는 것이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싸움인 경우가 적지 않다. 가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 혐의로 역고소를 제기하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거듭 겪어내고, 심리적·경제적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밀덕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벌금 30만 원의 구약식 처분을 받은 반면, 피해자는 보복성 고소로 인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루밍 성범죄를 공론화한 피해자 역시 수십 건의 민형사 소송을 직면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언론과 사회에 알려진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보복성 고소·고발과 장기간의 법적 분쟁에 시달리며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성폭력 가해자가 사법 절차를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하는 현실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피해자 지원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담과 일부 법률지원은 존재하지만, 보복성 고소로 장기간 재판을 겪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는 부족하다. 결국 경제적으로 취약한 피해자들이 직접 모금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성범죄 사건에서 역고소가 정당한 권리구제인지,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기 위한 보복성 입막음 소송인지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피해 신고와 역고소의 시기와 경위,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복성 여부를 판단하고, 입막음용 소송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절차가 도입되어야 한다.
여성의당은 성범죄 가해자들이 보복성 고소·고발을 남용하고, 피해자를 향한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하는 현실을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성범죄를 고발한 피해자가 다시 피고인이 되어 경제적 궁핍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사법 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 모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직시하고, 보복성 고소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보복성 고소가 남발되는 현실을 외면 말고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