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여성의당 논평/성명
여성폭력 피해자 죽음으로 내모는 검찰개혁, 개악과 다름없다. 정부는 수사제도 전면 개혁해 여성폭력 근절하라.
여성의당
2025-09-07 23:44:22 조회 55
댓글 0 URL 복사


이재명 정부가 검찰청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검찰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억울함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검찰 권한 축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여성폭력 사건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오히려 피해자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제도적 퇴보로 이어진다는 점은 경시되고 있다.

정부가 외면했을 뿐, 여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경찰의 역량 부족은 이미 수없이 드러났다. 반복적인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여 교제폭력 피해자를 분리·보호하지 않거나, 사건을 쌍방폭행으로 축소 처리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는 이미 수차례 보도됐다. 경찰에 신고해도 구조받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현실에서 보완수사권마저 없앤다는 것은 국가가 여성들을 죽음과 고립으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

5년 전에도 여성폭력 피해자의 관점이 완전히 결여된 검찰개혁이 강행되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사건처리 지연, 검경 간의 통제 및 감시 기능 약화, 책임 소재 불분명, 보호의 불연속성 등 수많은 폐단이 발생했고, 그 모든 뒷감당은 오롯이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당시 민주당의 검수완박 이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면서, 성폭력 피해자 앞에는 ‘불송치’라는 새로운 장벽이 세워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불송치된 성폭력 사건의 절반 이상이 강간 사건이었으며, 다수의 사건에서 경찰은 “폭행이 입증되지 않았다”,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성폭력 범죄 송치 현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강간·강제추행의 송치율은 1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수사 핑퐁’으로 인해 6개월이면 기소되던 사건들이 2~3년 동안 기관을 떠돌았고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약 2년간의 통계만 보더라도, 이의신청이 제기된 성폭력 사건 중 무려 72.2%에 보완수사 명령이 내려졌다. 이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지표다.

이 수치를 그저 숫자로 읽어서는 안 된다.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렵게 용기 내 진행한 신고가 허사로 돌아가고, 수많은 가해자들이 어떠한 처벌이나 성찰도 없이 풀려나는 참혹한 현실을 읽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중 누군가는 가해자의 손에 살해당했고, 또 누군가는 절망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정부는 이 끔찍한 실상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깊이 성찰한 적 있는가? 이 수치가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의 절망과 죽음을 의미하는지 감히 짐작이라도 해 본 적 있는가?

보완수사권 폐지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다. 여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 맞서보기도 전에 제도와 싸우다 지쳐 쓰러지게 만드는 폭력적 개혁이다. 이러한 개혁안의 치명적 문제점은 여성폭력 피해당사자들과 현장에서 연대해 온 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검찰개혁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그간 보여온 폐해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권력형 비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편향, 피의자 인권 침해, 검찰 권한의 과도한 집중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오래전부터 문제 삼아온 사안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권의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폐지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과, 성폭력·교제폭력과 같은 힘없는 일반 시민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같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만을 강화하거나 전면 폐지하는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다. 피해자와 가장 먼저 대면하는 경찰 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동시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 경찰 수사의 공백과 오류를 보완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여성폭력 전담 수사체계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고, 성인지 관점에 기반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은 보완수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되,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검찰과 경찰은 긴밀한 협조와 상호 감시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개혁은 상징적 구호가 아닌 피해자 권리의 실질적 보장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정부가 진정으로 여성을 국민으로 여긴다면,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 보호의 연속성이 무너지지 않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정치적 보복이나 양당 간의 권력 다툼, 정쟁에 여성의 생존권을 희생시키는 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실증적 검토를 기반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고려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2025. 9. 7.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첨부파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