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여성의당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여성의당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한 표를 행사해주십시오!
여성의당 지명 공동대표 장지유
2022-09-23 23:07:55 조회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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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여성의당 지명 공동대표 장지유입니다.

 

  여성의당 해산 관련 소식을 접한 당원 여러분의 허망하고 비통한 심정에 십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해산 투표 안건을 공지한 후 권리당원 오픈카톡방과 9.18 당원 토론회를 통해 당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몹시 뜻깊고 감사했습니다.

 

  그 가운데 ‘당 지도부에서 해산이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둔 게 아니냐’,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수도 있는데 미리 걱정만 하는 것 아닌가’, ‘지원하려는 당원이 있을 수도 있는데 당원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 등 비판의 목소리 또한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오해를 빚게 된 점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해산 안건을 당원 투표에 부치게 된 경위를 당원 여러분께 상세히 설명드리고자 했던 것이 이와 같은 당내 사정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분들에게는 자칫 해산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로 잘못 비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 비상대책위원장에 지원하여 여성의당을 이끌겠다고 나서는 것을 환영하지 않거나, 그 가능성을 차단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 가느다란 가능성과 여성의당의 절체절명한 현실적 위기를 두고 고민하였을 때, 우리 당의 현실을 올바르게 진단하고 이를 당원 여러분께 숨김없이 말씀드리는 것이야말로 현 지도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해산 투표 공지 이후 지속적으로 탈당 인원이 늘고 있어 현재 모 시도당의 당원 수가 1천30명대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만일 해산 투표가 부결되고 추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30명만 더 탈당이 이어진다면 자동적으로 흠결로 인한 정당 해산(등록 취소)의 사유가 발생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여성의당의 당비 수입은 지난달 기준 월 600만 원 규모에(시도당 지원금 포함 기본경비 월 2천여만 원 소요)불과합니다. 기적적으로 차기 지도부를 이끌어주실 비상대책위원장 지원자가 나타나 당의 명맥을 이어가더라도, 얼마 못 가 재정난이라는 또 다른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간 저축해둔 잔여 재산을 소진하고 나면 중앙당사 임차비와 당직자 1인 임금 정도만을 겨우 충당하는 수준의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여성의당 해산 투표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최근, 중앙당사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의 접촉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여성의당의 해산을 막기 위해 긴히 여러 논의를 하고 싶으니 당직자의 개인 연락처를 알려달라거나, 청년 자원봉사를 하고 싶으니 당사에 직접 찾아오겠다는 등 한두 명의 반복적인 장난이 아닌 다수 인원에 의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외부로부터 의도가 불분명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해산 투표가 부결될 시 전망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기 지도부가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재정난 속에서 외부의 공격에 대응하는 동시에 당원들의 추가 탈당을 막고자 애써야 하는 첩첩산중과도 같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여성의당 해산 결정을 위한 온라인 당원 투표는 2022.09.24. 오전 9시에 개시하여 2022.09.26. 오후 9시에 마감됩니다. 온라인 투표 창을 마주하고 찬성 혹은 반대라는 어려운 선택을 내리셔야 할 여러분의 절망적인 심정을 저 또한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습니다. 몰아치는 백래시 시대에, 불과 며칠 전 공무 중이던 여성이 일터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로 목숨을 잃게 된 여성혐오적 참사가 일어난 바로 이때, ‘우리 손으로 여성의당을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무겁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여성 정치 세력화를 목표로 하여 여성 의제를 발굴하고 가시화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왔습니다. 때로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연대감을 느끼고 함께 희망을 다졌으며, 때로는 매서운 질책을 가하고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며 각자의 신념에 충실한 방식으로 여성 정치 세력화를 힘껏 경험해왔습니다. 우리는 여성의당의 지붕 아래에서 만나 여성 정치 세력화의 어려움을 배웠고, 원외 신생정당이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했으며,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우리의 자주적인 힘으로 최선의 때를 골라 이번 시도를 마무리한 후, 더 나은 다음의 시도를 도모할 미래를 서로에게 약속하려 합니다.

 

  이번 투표가 가결되어 여성의당이 해산되고 나면 각종 법령과 규제로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정당의 형태가 아닌,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대안적인 여성 정치 그룹을 탄생시키거나, 이를 바탕으로 두 번째 물결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이대로 계속 안전을 위협받으며 소수의 당직자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어 정당의 외피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 온 치열했던 경험을 돌아보고 이를 거름 삼아 더욱 영리하고 치밀한 형태의 후신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해산 투표는 대한민국 여성 정치 역사의 흐름에서 중대한 안건이 될 것이며, 그만큼 많은 당원 여러분의 심사숙고와 결단, 그리고 투표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번 투표는 투표인단의 3분의 2 이상 인원이 뜻을 모아 찬성해야만 가결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의 당헌 개정 투표가 의결정족수(투표 참여자 수) 미달로 인해 불성립되었던 것과 같은 비극이 부디 이번 투표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성의당이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며 자주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결과적으로 당원 여러분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저는 그 뜻을 받들어 여성의당의 역사를 기록하여 남기고 후신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무리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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