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재명 대통령발 ‘남성 역차별’ 역병, 어디까지 번지는가? 여성폭력 실태조사 대상에 '남성' 끼워 넣기, 즉각 중단하라
정책 곳곳에 이재명 대통령발 '남성 역차별' 역병이 돌고 있다. 있지도 않은 역차별을 찾아내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떨어진 뒤, 여성의 생존을 떠받치던 제도가 곳곳에서 뽑혀 나가고 있다. 이번 희생양은 여성폭력 실태조사다.
정부가 여성폭력 실태조사 대상에 남성을 포함해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폭력안전·가정폭력·스토킹 등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남성을 넣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조사 이름에서 '여성폭력'을 지우고 '성별 기반 폭력 실태조사'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왜 여성이 맞고 죽는가'를 묻는 조사다. 폭력은 성별화되어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폭력이 시작되는 방식도, 반복되는 경로도,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다르다. 그 구조를 해부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만든 것이 여성폭력 실태조사다. 여기에 남성을 끼워 넣어 '남녀 모두 피해자'라는 값을 만드는 순간, 여성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구조는 지워진다. 통계에서 지워진 여성은 정책에서도 지워진다.
이번 개편은 정부의 여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실수가 아니다. 명백히 여성을 향한 적의다. 그리고 이 적의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러 차례 '남성 차별’을 해결하라는 엄중한 지시를 내렸다. 이대남을 속상하게 하는 역차별의 해법을 찾으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전해지자, 정부는 여성폭력을 지우고 억울한 남성을 찾아내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정부는 2025 여성폭력방지정책 시행계획을 통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남성 피해자까지 포함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본법은 모든 여성폭력 정책과 피해 지원의 방향을 정하는 근간이다. 여기에 기어코 남성을 넣겠다는 것은 사실상 여성폭력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겠다는 의지다. 해당 시행 계획에는 남성 피해자의 상담 접근성을 높이는 과제까지 담겼다. 가뜩이나 여성 안전 관련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데, 없는 살림을 쪼개 남성 피해자를 발굴하라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여성이 피해를 입고 죽고 있음에도, 남성 피해자가 있어야만 발 벗고 나서겠다는 정부의 선언이기도 했다.
여성 피해자가 대다수인 범죄마다 굳이 남성 피해자를 찾아내 앞세우는 것은 참으로 일관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대 대선 후보 시절, N번방 사태로 디지털 성범죄의 참상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흔히 디지털 성범죄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로 오인할 수 있지만, 피해자 중에는 몸캠피싱에 연루된 청소년부터 중장년 남성들도 많았다”며 피해 양상이 완전히 다른 남성 피해자를 부각했다.
여성을 겨냥한 폭력이 여성폭력으로 불리는 것이 그토록 억울했는가. 모든 범죄가 여성폭력으로 ‘오인’된 것이고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국책 연구의 데이터를 오염시키고 왜곡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에 요구한다. 여성폭력 실태조사의 이름과 대상을 즉각 원상 복구하라.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깎아낸 여성 안전·인권 예산을 되돌려 놓으라. 여성의 생존이 걸린 문제 앞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라.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이 역병을 퍼뜨린 것은 대통령이다. 치료할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 본인 안에 있는 여성혐오를 부끄러운 줄 알고 쇄신에 나서라.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하라.